반도의 끝자락에서 냉면을 찾다 (Feat. 설렁탕과 김치) )

작성일
2019-06-30 00:55:02
작성자
오세귀
조회수 :
2438

목장원 물냉면.

목장원 물냉면.

 제 허세에 피식하셨으려나요?
 제목은 저렇게도 거창하게 적었지만, 사실 저는 반년 전까지만 해도 냉면을 찾아다니며 먹진 않았었어요.

 냉면을 본격적으로 찾아다니게 된건 원주에서 병원일에 종사하느라 반년가량 지낼때였어요.
 제가 지낸 원주시 문막읍은 작지만 자연풍광이 보는것만으로도 가슴이 푸르게 벅차오를 정도로 맑고 아름다웠음은 물론, 그 못지 않게 음식들이 맛있었어요. 그중에서도 원주에서 맛집으로 아주 유명한 막국수 집이 자리했었는데 국물이 아주 깊은 감칠맛과 함께 깔끔하기까지 했어요.
 게다가 원주가 경기도와 바로 붙은 지역이라 지인들을 만나며 냉면도 먹어봤는데 가끔 몇몇 가게의 경우 고기가 아주 괜찮았어요.
 이런 타지생활속에서 느낀점은, 제대로 만든 육수와 질 좋은 소고기만 곁들여진다면 원래 즐겨먹던 비빔밀면만큼...아니 잘만 하면 더 맛나고 깔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러던 중 병원 내 부조리에 타협하지 않고 김해로 다시 내려오게 되었고, 제 이상적인 기준을 만족하는 냉면집이 혹시 김해에 있을까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결과는요? 현재까지 딱 두곳이 있었어요. '공장에서 대충 받아온 육수나 고기'가 아닌, 정말 고기를 끓여 만든 육수에 그 고기를 썰어 내주는 집.


 이제부터 소개할게요.


---김해시 부원동 목장원 식육식당(부원동 거리 뚜레쥬르 맞은편서향 도로로 1블록 진입)---

 이 가게는 사실 냉면이 핵심인 것 같아요. '식육식당에서 부업으로 파는 냉면은 제대로일 확률이 높다'는 말을 제대로 증명하는 가게에요.

 가게에 오신다면 냉면에 올려주는 수육의 모양만 보고도 바로 대다수의 냉면집과는 다르다는걸 느낄 수 있을거에요.
 공장에서 내주는 똑같은 모양의 '그 고기'와는 다르게 정말 가게의 소고기를 삶아서 불규칙한 모양으로 썰어 내주는데, 수육 중간의 힘줄이 아주 부드럽고 투명하게 반짝임. 한입 베어물면 순두부처럼 잘리어 맛이 감겨들어와요.
 육수 역시 공장에서 내주는 '그 양산형 맛'과 다르게 '고기 삶은 물'이겠구나 싶은 본능적 직감이 팍팍 오는 맛을 선사해요.
 면의 경우 약간 어두운 빛을 띄고, 너무 쫄깃하다거나 뭉친다는 느낌 없이 아주 고소하고 적절해요.

 위에서도 적었지만 전 원주에서 막 내려온 이때까지도 냉면을 가능성은 있다고 봤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어요.
'지금 글을 쓰는 시점 기준 8000~9000원에 이르는 가격' 에, 차가운 식초국물 혹은 한약국물이 가득 주어지는 이상한 요리라고 생각해왔네요. 하지만, 이 집의 냉면을 먹은 후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이젠 제대로 만들면 정말 맛있는 요리가 냉면이라 할 수 있겠어요. 정말 정신없이 순식간에 다먹음. 


다만! 어느 비판적인 리뷰에서 지적했듯이 서비스가 약간 혼란스럽긴 해요. 가족분들이 취미 느낌으로 느긋하게 일하는데다가, 특히 사모님이 좀 심각하게 기억을 깜빡깜빡하세요.
주인장의 따님은 냉면 메뉴에 고기고명이 빠졌는데 원래 고기고명이 안나오는거 아니냐는 대응을 하고, 그 어머님께선 어느날 주문누락을 하더니 뒤늦게 내온 냉면엔 고기고명이 없고...마지막엔 냉면 보통으로 시킨걸 곱배기로 계산함.


가게를 방문하게 되면 취하실 행동을 요약해드리자면, 양도 괜찮게 주니까 남자분이라도 물냉면 보통(7000원)을 시키시되, 사모님께서 주문을 제대로 이해해갔는지 따라가서라도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맛은 장담함. :) 


---김해시 부원동 이봉원설렁탕(시청 옆 상아예식장에서 서쪽으로 1블럭 반)---

좀 눈에 띄지 않는 길에 있는 목장원과는 달리 이 가게는 시청 주변을 다니신 분이라면 아실 가능성이 높아요. 

 여기 역시나 소고기를 취급하는 식육식당 답게 냉면이 아주 맛있어요.

 이봉원 설렁탕에서 내주는 냉면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큼직하고 화려한 고명에 있어요. 고기나 배나 아주 큰놈을 길고 예쁘게 썰어서 내주시는데, 보는것만으로도 배부르게 먹겠다는 느낌이 들어요.
 또한, 평양식이지만 양념장을 많이 넣어주시는게 특징. 이는 냉면 중엔 약간 현지화랄까, 진짜배기 물냉면을 생각했던 이들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주문하실때 미리 빼달라고 말씀하시는게 좋아요.
 고기와 국물맛을 왜 안적냐고요? 상술했듯이 오늘 소개할 두 가게는 저 두가지를 모두 만족한 곳들이기에 적지 않았어요. 하지만 뭐, 굳이 알고 싶으시다면 가르쳐드리죠. 당연 공장제의 맛이 아닌 직접 만든게 티나는 좋은 맛인데, 고기의 경우 목장원이 쫄깃하다면 여기는 순대에 같이 나오는 간처럼 담백해요. 국물의 경우 한약의 향과 오래 끓인 느낌이 더 강함.

아! 그리고 여기 김치가 정말 맛있어요. '설렁탕 잘하는 집은 김치가 맛있다'란 말이 있는데, 설렁탕도 김치도 맛있음. 

단점도 적어드려야겠죠? 우선 누부부 분들이 요새 쇠약해지셔서, 식초통에 침전물이 있거나 수저통에 먼지가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요. 시력이나 시간감각이 많이 약해지신듯. 

이 가게에 가셔서 할 일은 간단하고 확실해요. 물밀면 보통(8000원)을 시키신 후, 아주 맛있는 김치 등등의 밑반찬을 즐기다 물밀면이 나오면 그것까지 다 드시면 되세요. 식초는 단점에서도 적은 이유와 더불어 이미 새콤달콤하기 나와서 쓰실 필요가 없으며, 김치만 해도 맛나고 많아서 물밀면 보통에 김치만 먹어도 입 짧은 남자는 다 못먹을 정도.



적고보니 둘 다 부원동이네요. 낡은 동네 부원동이지만, 교통도 편하고 맛난곳도 이렇게 있으니 적극적 재개발+오랜 손맛의 맛집 선정과 홍보 등으로 다시 부흥했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이번 여름, 경남지방에서도 냉면 맛집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러 가지 않으실래요? :) 

담당자
부산김해경전철 콜센터 ( ☎ 055-310-9800 )
최종수정일
2019-07-05 1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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